윈도우 프로그램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 이상 윈도우 노트북을 쓰다가 크롬북으로 옮겨갔을 때 어느 정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크롬 OS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면서 약간의 우회로가 열렸다. 코드위버(Codeweavers)에서 내놓은 ‘크로스오버 안드로이드(CrossOver Android)’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인데, 크롬 OS에 윈도우 호환 계층을 만들어 크롬북에서 Win32 소프트웨어를 설치,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크롬북 구매를 망설이고 있던 사용자들에게는 분명 희소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발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프리뷰 버전에서 테스트해 본 결과 많은 윈도우 프로그램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거나 구동되지 않는 등, 아직까지 안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크롬북에서 윈도우 이용하기
크로스오버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맥, FreeBSD, 솔라리스 OS에서 윈도우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게 해주는, 출시된 지 10년도 더 된 ‘와인(Wine)’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크로스오버 안드로이드의 제작자인 코드위버는 와인에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을 추가해 리눅스나 맥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주된 매출원이다.
‘크로스오버’의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은 올해 초 시작됐으나, 아직까지 완성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프리뷰 버전을 사용해보고 싶다면 코드위버 웹사이트에서 따로 신청하면 된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계정에 액세스할 수 있는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며칠 뒤 초대장을 보내준다.
물론 초대만 받으면 되는 것은 아니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는 크롬북이 있어야 한다. 현재로써는 에이수스 크롬북 플립, 에이서 크롬북 R11(또는 C738T), 구글 크롬북 픽셀(2015년 형) 등만이 해당되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쯤이면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는 크롬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크롬북과 초대장만 있다면 프리뷰 설치는 크게 어렵지 않다. 이메일에 첨부된 링크를 클릭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접속한 후 베타 프로그램을 선택, 다른 안드로이드 앱과 마찬가지로 앱을 다운받으면 끝이다.
크로스오버는 안드로이드 앱으로,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는 윈도우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크로스오버 역시 윈도우 카피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대신 화면 좌측 하단의 시작 메뉴라던가 데스크톱 앱 아이콘 등, 윈도우와 비슷한 환경을 크롬북에 구현한다. 메모장, 파일 검색, 커맨드 창 등 기본 프로그램들은 내장되어 있고, 인터넷 설정이나 게임 컨트롤러 설정, 프로그램 제거 등을 위한 제어판도 투박하지만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처음 크로스오버를 설치하면 스팀, 오피스 2007, 오피스 2010, WinZip 중 하나를 설치하라는 명령이 뜬다. 스팀과 Winzip은 실행에 필요한 다른 소프트웨어들과 함께 자동으로 다운로드되어 설치된다. 오피스 프로그램의 경우 설치 파일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크로스오버 프리뷰가 제공하는 몇 안되는 권장 프로그램. 하지만 설정을 바꾸면 다른 프로그램을 모두 설치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앱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설치 메뉴에서 “알려진 애플리케이션만 설치(Only known-good applications)”에 체크된 것을 해제하고, 다른 프로그램들을 수동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또 파일 탐색기를 통해 크롬북에 다운로드 한 .EXE나 .MSI 설치 파일을 실행할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대부분 프로그램의 설치 또는 실행 실패
프리뷰 테스트에 사용한 것은 2015년형 크롬북 픽셀인데, 초반부터 문제가 있었다. 크롬북의 2560x1700 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 크로스오버를 실행하자 애플리케이션 창은 지나치게 작았고, 텍스트는 아주 작거나 깨져서 보였다. 크로스오버 자체에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윈도우 관리 설정이 있지만, 설정을 바꿔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렇게 화면이 깨지는 프로그램의 경우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최적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서피스 프로 3에서는 스팀의 윈도우 사이즈는 정상적이었지만 텍스트는 깨져서 나왔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테스트해 본 대부분 프로그램들이 전혀 실행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프로그램 별로 테스트 결과가 어땠는지 간략하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스팀 : 설치는 성공적이었으나 프로그램 실행 후 “steamwebhelper.exe” 에러 메시지가 떴다. 또 홈 스트리밍 시 무선 네트워크 상에 있는 데스크톱 PC를 인식하지 못했으며 빅 픽처 모드도 실행되지 않았다.
스팀 프로그램은 설치와 실행은 됐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
- 스팀 게임 : 게임들 중 ‘림보(Limbo)’는 무리 없이 설치하고 플레이 할 수 있었지만 다른 게임들(페즈, 프로테우스, 건포인트, 머시너리 킹즈)은 전혀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NET 프레임워크 같은 부가적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했다. 문제는 .NET 프레임워크 역시 설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치와 실행 모두 문제없이 진행된 스팀 게임 림보
- WinZip : 문제 없이 설치되었으며 ZIP 파일도 성공적으로 추출해냈다.
- LibreOffice : 아무 문제 없이 실행, 설치되었다.
크로스오버 프리뷰로 크롬북 픽셀에 설치한 리버오피스의 성공적인 실행 모습
- GIMP : ‘액세스 위반’ 에러로 설치 도중 충돌이 발생했다.
GIMP는 설치 자체를 거부당했다.
- Paint.NET : 설치 도중 설치 스크린이 영문을 알 수 없이 사라져 버렸다.
- 디아블로 III : 블리자드의 배틀넷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했는데, 배틀넷 소프트웨어는 설치는 됐지만 실행 중 충돌이 발생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 설치 화면이 뜨지 않고 그냥 까만 창만 떠서 설치가 불가능했다.
- LiveScribe :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할 때 많이 쓰는 프로그램인데 설치는 문제 없이 됐으나 실행할 때마다 충돌이 발생했다.
테스트해 본 여덟 개의 프로그램 중 제대로 설치된 것은 세 개 뿐이었다. 스팀 게임들까지 다 포함한다면 성공률은 4/13으로 더 줄어든다.
틈새 윈도우 앱 지원도 중요
물론 크로스오버 안드로이드가 아직 프리뷰 단계일 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높은 실패율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맥이나 리눅스 버전 크로스오버와 달리 유료로 판매하는 소프트웨어도 아니다.
하지만 코드위버가 윈도우 환경을 크롬북에 성공적으로 구현해 낼 수만 있다면, 크롬북 구매를 망설이는 많은 이들의 결심을 굳히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도 WinZip이나 오피스의 모바일 버전을 포함해 다양한 생산성 및 파일 추출 앱을 제공하고 있지만, 데스크톱 버전의 특정 기능을 여전히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게다가 모바일 버전이 아예 없는 윈도우 프로그램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일할 때 LiveScribe라는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마이크가 장착된 펜으로 오디오를 녹음하면서 동시에 인터뷰 노트를 작성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 프로그램만 지원된다면 출장을 갈 때도 크롬북을 가지고 갈 수 있을 텐데, 앞서 언급했듯 크로스오버에서는 아쉽게도 이 프로그램 실행이 실패했다.
라이브스크라이브는 성공적으로 설치되지만, 실행할 때마다 충돌이 발생한다.
그냥 윈도우 노트북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사람들이 크롬 OS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크롬 OS는 윈도우의 여러 오버헤드나 단점들(예를 들어 작업 내용을 전부 날려버리는 자동 재시작 같은)이 없기 때문이다. 웹 브라우징만 이용하는 사용자라면 가볍고 단순한 운영체제를 찾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에 꼭 필요한 윈도우 프로그램만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면, 장점은 더욱 더 커질 것이다.
향후 코드위버의 과제는 포토샵이나 오피스 같은 굵직한 프로그램들뿐 아니라, 사람들이 은근히 많이 이용하는 틈새 애플리케이션까지도 크롬북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가능해 진다면 분명 크롬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원문보기:
http://www.itworld.co.kr/news/101935?page=0,1#csidxb8f9db2630469fca3661440dca28c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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