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마침내 스냅챗, 위챗, 슬랙과 비슷한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 애플이?

지난 화요일 공개된 iOS 10에서는 여러 가지 개선사항이 적용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메시지 교환 앱 아이메시지가 완전한 기능을 갖춘 현대적인 메시지 교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애플은 상식을 탈피했다. 새로운 아이메시지는 단순한 메시지 교환 서비스 이상의 것을 제공할 것이다. 모든 것을 바꾼다. 아이메시지는 애플의 비전매 특허 APNS(Apple Push Notification Service) 프로토콜에 기초한 서비스로 애플의 iOS 또는 OS X 메시지 교환 앱인 메시지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메시지 앱은 아이메시지와 표준 SMS 또는 MMS 서비스를 지원한다.

언론에서 선전하는 즐겁고 신나고 바보 같은 것들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자.

새로운 아이메시지는 불꽃놀이, 레이저, 색종이 조각, 풍선, 별똥별로 화면을 가득 채울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 외에도 대화 말풍선을 "큰 목소리(크게)", "부드러운 목소리(작게)", "윽박지르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잉크" 기능으로 수신인이 화면을 밀 때까지 메시지와 사진을 보이지 않게 유지할 수도 있다.

일부 효과는 자동으로 적용된다. "생일 축하해"라고 입력하면 화면에 풍선이 날린다. "축하해"라고 입력하면 화면 전체에 색종이 조각이 내린다.

대화의 아무 부분이나 두 번 두르면 좋아요, 싫어요, 또는 기타 간단한 응답을 추가할 수 있으며, 해당 메시지의 말풍선 부분에 고정된다. 누군가 혼란스러운 사진을 보내면 해당 사진을 두 번 두드리고 물음표 아이콘을 선택하면 사진의 오른쪽 위쪽 모서리에 표시되는 방식이다.

새로운 아이메시지는 애플 워치에서도 적용된다. 디지털 터치라는 기능을 이용해 손가락으로 그린 그림을 전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동 누르기 및 심장박동 체크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다(애플 워치 또는 기타 센서 활용).

손 글씨도 가능하다. 아이메시지 대화 중에 아이폰을 가로 모드로 돌리면 전체화면 쓰기 모드가 활성화된다. 화면이 큰 아이패드에서는 이 낙서 기능이 더 유용해 보인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애플 펜슬을 사용하는 느낌도 든다. 화면 위에서의 손가락 이동 속도에 따라 그리는 선이 두꺼워지거나 가늘어진다.

메시지에 링크를 붙여넣으면 링크한 페이지의 사진과 요소가 상자 안에 표시된다(페이스북에서 댓글에 링크를 추가할 때와 유사하다). 유튜브나 바인 영상을 링크하면 영상이 메시지에 표시되고 아이메시지 안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메시지에서는 이모티콘의 기능도 강화되었다. 같은 줄에 텍스트 없이 3개 미만의 이모티콘을 전송하면 3배 더 큰 크기로 표시된다. 메시지를 입력한 후 키보드의 이모티콘 버튼을 누르면 이모티콘으로 변환할 수 있는 단어가 빛나는 주황색으로 표시된다. 각 단어를 누르면 단어 뜻에 해당하는 이모티콘 옵션이 표시되어 순식간에 단어를 이모티콘으로 변경할 수 있다. 한국어로도 ‘사랑해’, ‘사탕’, ‘물고기’ 등의 여러 단어를 이모티콘으로 바꿀 수 있다.

애플의 서비스는 능숙하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결국 의사소통에 재미를 더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앱이 나가신다
아이메시지의 가장 큰 변화는 이번 주 서드파티 아이메시지 앱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그중 일부는 순수한 아이메시지 앱이지만, 일반 iOS 앱의 확장판도 있다.

아이메시지 앱 스토어에서 앱을 살펴보면 다양한 스티커, 이모티콘, GIF 옵션, 일반 메시지에 정형화된 성격을 추가하는 등 즐거움이 가득하다.

iOS 10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메시지용 스티커

아이메시지용 시크릿은 스냅챗의 메시지 내 확인 및 자동 삭제 기능을 아이메시지에 적용한다. 전송자는 각 메시지, 사진, 영상이 표시되는 시간뿐만이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횟수도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전송한 메시지를 철회할 수 있고, 개발사 코더(Koder Inc.)는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으며 메시지는 익명으로 전송된다고 밝혔다. 아이메시지가 없는 수신인은 웹으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이메시지용 컨파이드(Confide)도 유사한 기능을 제공한다. 컨파이드는 시크릿보다 조금 더 진지하다. 컨파이드는 텍스트와 사진을 지원하고, 수신인의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 사진이나 텍스트는 흐릿한 상태로 도착하는데, 흐린 부분을 손가락을 드래그해야만 보인다. 한쪽이라도 컨파이드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다.소셜 결제 기업 써클(Circle)은 지난주 아이메시지용 써클이라는 아이메시지 앱을 공개했다. 서클 앱에서는 다른 아이메시지 사용자에게 수수료 없이 미화, 유로, 파운드화, 비트코인을 송금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영향력이 큰 메시지 교환 앱 위챗이 모바일 결제에 주로 사용된다. 사용자는 비용을 지불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며 송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 매장에서도 물건을 살 때도 쓸 수 있다. 아이메시지용 써클을 사용하려면 사용자의 직불 카드 정보를 추가하고 직불 카드 계정끼리 송금한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메시지가 저절로 삭제되는 보안 기능을 제공하는 시크릿

스퀘어(Square)가 내놓은 스퀘어 캐시는 미국 내에서만 송금할 수 있는데, 현재 아이메시지와 시리 모두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선물 같은’ 현금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열어 볼’ 때까지 금액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메시지 애널라이저라는 앱은 심지어 메시지 수신 빈도, 특정 단어 사용 빈도 등 메시지 교환에 대한 통계를 제공한다. 날짜, 사람, 시간대 등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쪼개 볼 수 있다.

이런 앱으로는 아이메시지 플랫폼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아이메시지의 모든 것이 달라진 이유
아이메시지의 서드파티 앱 지원이 뭐가 그렇게 대수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메시지 교환 서비스는 수년 동안 앱 형태로 지속해 왔다는 의견이다.

애플의 앱 역사를 생각해 보자. 2008년 애플이 아이폰 앱 스토어를 출시할 당시에도 사용자 기반과 앱 스토어를 갖춘 다른 스마트폰들이 있었다. 하지만 앱이 중심이 되면서 애플은 스마트폰 산업 수익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게 되었고 여전히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앱이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앱을 이용한 스마트폰 활용 방법에 놀라는 사용자들이 많았다. 그 후로 스마트폰과 앱이 미디어 재생기, 라디오, 나침반, 녹음기, 타이머, 손전등, 스캐너, 무전기를 대체했고, 이제는 디지털 SLR 카메라도 대체하고 있다. 아이폰 7 같은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와 듀얼 렌즈와 대형 교체식 렌즈가 장착된 SLR 카메라를 대체하겠다고 나섰다.

아이메시지 앱은 결제, 메일, 미디어 등 다른 제품군과 다른 앱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앱 지원 아이메시지의 확산으로 정확히 어떤 앱들이 대체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스냅챗, 위챗, 슬랙 등이 한껏 긴장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모두가 아이폰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아이메시지 앱으로 볼 때 향후 비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웹 기반 아이메시지 앱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메신저 기반 챗봇(Chatbot)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애플의 행보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아이메시지에서 두드러지게 누락된 요소가 바로 봇이다. 아이메시지의 종단 간 암호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진위는 알 수 없다. 애플이 아이메시지 플랫폼에 봇을 적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iOS 10에 봇이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은 아직 봇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존에도 애플은 이런 식으로 기술 주류를 판단한 전적이 있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메신저 등의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수백 또는 수천 개의 봇에 질린 것으로 보이며, 봇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양상을 보인다. 게다가 앱이, 또는 시리가 할 수 없고 봇만 해낼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새로운 아이메시지는 단순한 업그레이드 그 이상을 보여준다. 이것은 플랫폼의 탄생이자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방식을 심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스타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애플 앱 생태계의 시작이다.

그리고 앱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애플의 메시지를 알아채고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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