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장난인지, 9.7인치 아이패드 프로 리뷰를 하던 도중 깜박하고 노트북을 집에 둔 채 아이패드만 가지고 출근한 날이 있었다. 의도한 일도, 아이패드 프로가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도 아니었다. 사실 그런 실험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로 해 본 일이 있으나 노트북보다 걸림돌도 많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소가 많아 실망스러웠다.
그날 아침 노트북을 놓고 온 걸 회사에 도착해서야 깨달은 이유는, 그날 가져간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와 12.9인치 중 후자의 크기가 거의 노트북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물론 무게로 치면 12.9인치 아이패드(680g)가 13인치 맥북 에어(1kg)보다 가벼운 게 사실이지만 가방에 든 다른 잡동사니 무게가 더해져 노트북이 빠졌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12.9인치 아이패드의 경우 차라리 노트북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형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애플 스토어에서 시작가 599달러에 판매 중이다) 크기와 가격을 딱 적절하게 맞춘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RAM차이도 별로 느끼지 못했지만, 그 얘긴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자.)
언제 어디서나, 가볍고 간편하게
12.9인치 아이패드의 경우 성능 면에서는 분명 아이패드 시리즈 중 최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출할 때 선뜻 손이 가질 않아 책상에 모셔두고만 있었다. 반면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이제부터 12.9인치를 '빅 프로,' 9.7인치를 '리틀 프로'라 부르겠다) 아이패드 에어 2와 같은 크기에 무게는 453g이 채 되지 않는다. 아이패드 미니나 아이패드 에어 2와 마찬가지로 '리틀 프로' 역시 가방에 쏙 들어가고 부담 없는 크기라 어디든 가져갈 수 있다. 아이패드 없이 못 사는 우리 집 네 살 아들도 아주 기뻐하는 부분이다.

‘리틀 프로’는 아이패드 에어 2와 크기가 같다. 아마 대부분의 케이스도 잘 맞을 것이다. 하지만 구형 케이스의 경우 새로운 아이패드의 스피커를 가리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미지 : Adam Patrick Murray>
'빅 프로'가 가진 커다란 디스플레이의 장점 중 하나는 큰 화면 덕분에 iOS의 화면 분할 기능을 사용할 때도 넉넉하게 두 개의 앱을 놓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리틀 프로에서도 큰 불편함 없이 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빅 프로의 2732x2048 디스플레이에서 화면 분할 기능을 쓸 경우 각 앱을 리틀 프로 화면에서만큼 크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리틀 프로에서 이 기능을 쓴다고 해서 결코 화면이 작은 것은 아니며 메일이나 사파리같이 텍스트가 많은 앱을 써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화면 분할 모드로 했을 때 맥월드나 애플닷컴을 포함해 대부분의 웹페이지가 기본으로 태블릿이나 모바일 보기로 표시되었다. 단일 화면 모드에서 풀 사이즈로 로딩 되는 페이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가독성을 돕는 측면도 있다. 분할 스크린 모드에서는 스크린 양쪽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에 유리하다. 나 역시 한쪽에서 사파리로 맥월드 영상을 보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바이월드(Byword)에 그에 대한 리뷰를 쓰기도 했다.
트루 톤(True Tone)
그런데, 리틀 프로에는 빅 프로에는 없는 기능이 하나 있다. 바로 ‘트루 톤(True Tone)’ 기능이다. 리틀 프로 디스플레이에 처음으로 도입된 간접광 센서를 활용한 기능이다. iOS기기에는 간접광 센서가 부착돼 있어 자동 밝기 조절이 가능한데, 이번에 새로 나온 ‘리틀 프로’의 경우 이 센서로 실내 조명의 밝기뿐 아니라 색 온도까지 측정한다. 그리고 그에 맞춰 아이패드 디스플레이의 색 온도를 조정해 조명의 종류에 관계 없이 일정한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다.
설정 > 디스플레이에서 이 기능을 켜거나 끌 수는 있지만, 색 온도를 수동으로 조절할 수는 없다. 색 온도는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조절된다. 반면 iOS 9.3의 나이트 시프트(Night Shift) 기능은 센서로 조절되는 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강도를 사용자가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25% 이하로 설정해 두는 편이지만 개인마다 선호하는 밝기가 다 다를 것이다.) 나이트 시프트 기능은 색 온도를 맞추는 기능이 아니라 디스플레이에서 발산되는 청색광을 줄이고 노란 빛을 늘려 숙면에 도움을 주기 위한 기능이다. 물론 이 기능이 정말로 숙면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긴하다. 리틀 프로에서는 나이트 시프트와 트루 톤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디스플레이 색이 영 이상해지는 부분은 감안 해야 한다. 디스플레이가 마치 아이패드를 사과 주스에 푹 담갔다가 꺼낸 것 같은 그런 요상한 색을 띤다.

트루 톤 기능과 나이트 시프트를 동시에 사용하면 디스플레이 색감이 이상해진다. <이미지 : Adam Patrick Murray>
트루 톤 기능의 경우 기능 자체는 좋은데, 색 온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며칠 켜 두고 지내다 보니 그런대로 익숙해 졌다. 무엇보다 리틀 프로와 맥북을 나란히 두고 보니 맥북 스크린이 발산하는 푸르스름한 빛이 더욱 확연히 보였다. 왠지 트루 톤 기능에 한 번 빠진 사람들은 모든 기기에 이 기능을 사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플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기기에 이 센서 기술을 적용하여 제품을 출시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맥북의 경우 청색광 차단 프로그램인 f.lux를 설치하면 청색광을 줄일 수 있다.
9.7인치 패드의 또 다른 장점 : 매력적인 가격
빅 프로와 마찬가지로, 리틀 프로 역시 애플 펜슬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특히 애플 펜슬을 지원하는 앱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필자 역시 취미로 아이패드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채색을 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그림보다도 회사 미팅에서 메모를 하는 데 애플 펜슬을 적극 활용 중이다. 굿노트 4의 ‘인피니트 스크롤(infinite scroll)’ 기능에 푹 빠진 것도 한 몫 했다. 특히 리틀 프로의 경우 작은 크기 덕에 한 손에 패드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더욱 펜슬 사용에 적합하다. 빅 프로의 경우 테이블이라도 앞에 놓고 앉아야 안정적으로 펜슬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미지 : Adam Patrick Murray>
또한 리틀 프로의 시작가는 빅 프로보다 200달러 가량 저렴하다. 펜슬 가격은 99달러다. 리틀 프로의 스마트 키보드 역시 149달러로 빅 프로용 키보드보다 20달러 가량 저렴하다. 32GB 와이파이버전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 그리고 펜슬을 구매한다고 치면 리틀 프로의 경우 847달러가, 빅 프로의 경우 1,067달러가 든다.
아, 리틀 프로 사용자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이용에 있어서도 약간의 비용 절감을 누릴 수 있다. MS는 10.1인치보다 더 큰 기기에서 오피스 문서를 생성할 경우 오피스 365를 구매해야 한다. 그 말인 즉 빅 프로의 경우 유료 구매가 필수란 뜻이다. 맥용 오피스 365가 없는 이용자들의 경우 리틀 프로를 구매함으로써 한 달에 7 달러, 일 년이면 70달러(개인용 오피스 365의 가격이다)를 절약할 수 있다.
리틀 프로의 스마트 키보드는 빅 프로보다 작지만 타이핑 경험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두 키보드 모두 키 배치가 정확히 똑같다. 크기만 조금 작을 뿐이다. 두 제품 모두 방수 패브릭 코팅을 하였으며 타자를 칠 때 깊숙이 눌리는 맛이 없어 자신도 모르게 키보드를 꾹꾹 찍어 누르듯 타이핑하게 되는 것도 두 제품 모두 동일하다. (타자를 칠 때마다 제대로 쳐진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힘을 줘서 타이핑을 하게 된다. 내가 키보드를 들고 나오면 말 없이 헤드폰이나 귀마개를 꺼내는 내 주변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을 전한다.)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에는 아이패드로서는 처음으로 플래시가 지원되는 카메라가 탑재되었다. <이미지 : Adam Patrick Murray>
필자는 스트리밍으로 영화나 TV를 많이 보는 편이기 때문에 빅 프로와 리틀 프로에 스피커가 하나씩 더 장착돼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 도합 네 개의 스피커가 있어 액션 영화를 볼 때도 충분히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전달하며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헤드폰 없이 들어도 소리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아이사이트(iSight) 카메라의 경우 리틀 프로가 빅 프로보다 더 낫다. 트루 톤 플래시 기능이 있고 라이브 포토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1080p에서 머물러 있는 빅 프로와 달리 리틀 프로는 4K 비디오 촬영이 가능하다. 슬로우 모션 영상도 문제 없다. 120fps에 1080p와 240fps에 720p 촬영을 모두 지원한다. 반면 빅 프로의 경우 슬로우 모션을 찍으려면120fps에 720p 촬영만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기 자체가 작아서 들고 다니며 영상을 찍기에 부담이 없다. 그리고 설령 아이패드로 영상을 찍는 것에 회의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많은 앱들이 증강 현실이나 영상 촬영을 위해 카메라 기능을 사용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허들 테크닉(Hudl Technique)이라는 앱은 야구, 테니스, 골프스윙 등을 촬영해 슬로우 모션으로 영상을 분석할 수 있게 해 주는 앱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지만 아이패드가 화면이 더 크기 때문에 이 앱을 사용하는 데 더 적합하다. 또 아이패드 캡쳐 화면이 더욱 디테일 하기 때문에 손목이나 발목의 움직임이나 위치를 관찰하기에도 좋다.
RAM 용량의 차이, 어느 정도일까?
빅 프로의 경우 4GB RAM을 쓰는 반면 리틀 프로의 경우 RAM 크기가 2GB로 더 작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는 빅 프로의 큰 화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긱벤치 3(GeekBench 3)로 테스트 해 본 결과 빅 프로의 성능은 리틀 프로와 견주어 봤을 때 6% 정도 밖에 더 뛰어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기기 간 성능 차를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메모리 관련 테스트들은 좀 더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RAM 용량뿐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에서도 두 기기 간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긱벤치 3의 멀티코어 메모리 테스트에서 빅 프로는 4112를 기록했다. 리틀 프로의 경우 같은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이보다 28% 낮은 3202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태스크를 할 때는 이 정도의 메모리 대역폭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차이가 가장 현격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마도 게임과 같은 그래픽 관련 작업을 할 때일 것이다.

RAM 용량 차이가 선택을 가를까? 아니라고 본다.
3D마크(3DMark)의 슬링 샷 익스트림(Slim Shot Extreme) 테스트를 예로 들면 리틀 프로는 3146점을 기록해 빅 프로의 점수인 3787보다 약 20% 가량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오프스크린으로 같은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는 점수 차가 3794대 3528로 약 7.5%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안투투(AnTuTu) 벤치마크 앱 테스트에서는 리틀 프로가 빅 프로보다 11% 가량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옛날부터 애플은 RAM 용량의 선택 등에 있어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어쩌면 리틀 프로의 작은 배터리에 맞춰 전력을 아끼기 위해 더 작은 용량의 RAM을 선택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작은 스크린의 경우 해상도가 더 낮기 때문에 굳이 4GB RAM을 설치할 필요를 못 느껴서일 수도 있다.

<이미지 : Adam Patrick Murray>
어느 쪽이건, RAM 용량은 크게 고민할 만한 부분은 아니다. 컴퓨팅 측면에서는 거의 이렇다 할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고 그래픽 작업의 경우에도 해상도를 고려하면 그 차이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다. 설정 가능 RAM이 장착된 맥북을 사면 나는 항상 나중 일을 대비해 RAM 용량을 최대치로 선택하는 편이다. 용량이 큰 RAM을 선택해서 좀 더 오래 제품을 쓰려는 마음에서이다. 최대 RAM용량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RAM이 장착 된 아이패드를 사는 것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200달러를 더 내고 빅 프로를 구매하거나, 아니면 내년 아이패드 출시 소식을 기다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9.7인치 리틀 프로가 성능 면에서도 가격 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보여진다.
결론
아이패드 에어나 그보다 더 구 버전 기기를 사용 중이라면 이 참에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로 바꾸는 것도 생각 해봄 직 하다.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와 그보다 더 작은 버전 중에서 고민 중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작은 크기를 추천하고 싶다. 이동성이 더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성능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 반면 가격은 200달러나 더 싸기 때문이다. 그 200달러를 절약해 각종 아이패드 액세서리를 구매할 수도 있고 말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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