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구글은 많은 면에서 과거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닮았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고, 다양한 업체의 하드웨어에서 실행되는 운영체제를 만든다는 점, 강력한 힘을 지녔고 모든 곳에 존재하며 애플 제품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반감과 분노의 대상이라는 점도 닮았다.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딱히 싫어해본 적은 없다. 윈도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맥용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글을 써서 잘 알고 있다. 맥유저(MacUser)에서 처음으로 표지 기사를 썼는데, 그 기사는 시장을 주도했던 넷스케이프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인터넷 익스플로러 간의 비교였다. 필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더 우수한 브라우저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윈도우 95 = 매킨토시 '89’라고 쓰인 버튼이 대유행이었던 당시 큰 논쟁거리가 된 결론이었다.
따라서 현재의 구글을 보면서 1990년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린다는 말은 구글을 괴물로 본다는 뜻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워드 5.1을 사용하던 때처럼, 필자는 현재 많은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메일은 지메일로, 일정은 구글 캘린더로 관리한다. 팟캐스트와 웹사이트 협업은 대부분 구글 시트와 구글 문서도구에서 처리한다. 지난 주 구글 I/O 키노트는 아주 훌륭했다. 이전 I/O 키노트와 달리 정돈되고 집중된 키노트였다.
그러나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는 몇 가지 어리석은 행동으로 사용자들의 분노를 샀다. 현재 구글의 의사 결정도 사용자에 대한 존중보다는 구글 스스로의 뛰어남을 알리는 데 더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90년대의 마이크로소프트를 회상해 보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제국을 건설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초창기에는 맥용 소프트웨어도 신경 써서 만들었다. 워드와 엑셀은 처음부터 맥과 함께 했다. 엑셀은 윈도우가 아닌 맥용으로 처음 나왔다. 당시 워드와 엑셀은 가장 인기 있는 써드 파티 프로그램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1993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맥용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버전을 출시했는데, 이 버전은 온전히 윈도우 코드 베이스를 기반으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리케이션의 친숙한 맥 버전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혀 맥 애플리케이션같지 않은 프로그램이 대체한 것이다. 윈도우용 오피스를 맥으로 이식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그랬을까? 윈도우의 위대함에 스스로 도취되어 맥 사용자들이 새로운 오피스를 가뭄의 단비처럼 반길 것이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맥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 맥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더 이상 따로 만들 가치가 없다고 여긴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분노한 맥 사용자들은 이후 수 년 동안 구 버전 워드와 엑셀을 고수하거나 대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필자도 90년대 중반 워드 6보다 나은 맥용 워드 프로세스를 찾기 위해 라이트나우(WriteNow), 니서스 라이터(Nisus Writer), 워드퍼펙트(WordPerfect) 등을 사용했다. 몇 년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맥 인터페이스 요소를 대폭 수용한 오피스 98을 출시하면서 사용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iOS의 머터리얼 디자인
애플과 함께 구글 생태계도 사용하는 사람으로써 구글이 iOS용 앱을 계속 개발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구글의 iOS용 앱을 열 때마다 90년대 중반의 워드 6이 연상된다.
오만함, 자부심, 부가적인 작업에 대한 귀찮음. 이유는 모르겠지만 구글은 지금까지 iOS 앱을 만들면서 계속 머터리얼 디자인을 고집하고 있다. 워드 6이 맥 사용자에게 윈도우 요소를 강요한 것처럼 구글의 iOS 앱은 iOS 사용자에게 안드로이드를 강요한다.
iOS용 구글 문서도구를 열면 바로 머터리얼 디자인 세계가 펼쳐진다. 새 문서를 만들려면 화면 오른쪽 하단의 큰 빨간색 원을 두드려야 한다. 옵션 아이콘은 애플이 선호하는 가로 3점이 아닌 세로 3점 모양이다. 메뉴는 머터리얼 디자인 스타일로, 회색 배경에 흰색 카드로 표시된다.
구글 수석 디자이너 마티아스 두아르테는 2년 전 iOS에서 비표준 아이콘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은 "구글 브랜드의 일부"이므로 괜찮다고 말했다.
디자인의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앱이 당연히 안드로이드 앱처럼 보이길 기대한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용 애플 뮤직은 공유와 추가 옵션에 iOS 아이콘이 아닌 안드로이드 아이콘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구글 플레이 뮤직은 안드로이드에서나 iOS에서나 똑같은 디스플레이다.익숙한 느낌
사용자는 다양한 이유로 플랫폼을 선택하고, 일단 플랫폼을 선택하면 그 플랫폼에서 일관성을 느끼기를 원한다. 훌륭한 맥 앱은 맥 앱처럼 느껴지고, 좋은 윈도우 앱은 윈도우 앱처럼 느껴진다. 윈도우용 아이튠즈가 맥 앱처럼 느껴진다면 애플이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윈도우만이 아니라 어느 플랫폼에서든 아이튠즈는 엉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만일 안드로이드용 애플 뮤직이 iOS 앱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명백한 오류다.
다른 운영체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다른 이의 영역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만의 규칙을 고집하고 다른 운영체제의 디자인을 그대로 들고 들어오는 행위는 외국으로 여행 간 미국인이 모두가 영어로 말하고 미국 달러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오만한 자세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구글이 ‘일관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머터리얼 디자인은 구글이 웹, 안드로이드, iOS 등 모든 곳에서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케케묵은 이야기를 누군가 똑같이 했던 것 같지 않은가? 맞다.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평소 맥 앱 사용자가 워드를 접할 때의 느낌보다, 윈도우에서 맥으로 넘어간 사용자들이 오피스를 접할 때 익숙한 느낌을 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리석은 생각인 것은 매한가지다.
앱 개발자는 항상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개발자 로렌 브리처는 트위티(Tweetie)라는 앱을 개발하면서 ‘당겨서 새로 고침’이라는 제스처를 고안했다. 그러나 구글은 iOS 앱에서 혁신을 하지 않고 단순히 안드로이드의 디자인을 iOS로 가져오고 있을 뿐이다.
구글 앱을 iOS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구글 앱 디자이너가 모범적인 iOS 구성원이 되는 데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몇 개월 사이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구글 iOS 앱 전체에서 안드로이드 공유 아이콘이 사라지고 iOS 공유 아이콘(상자 밖으로 나가는 화살표)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두아르테 디자이너가 마음을 바꿨을까? 아니면 구글 디자이너들의 의사가 더 폭넓게 반영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맥 사용자들은 90년대 중반 내내 마이크로소프트 앱의 대안을 찾는 데 시간을 소비했다. 2010년대 중반인 지금에 와서 다시 구글 iOS 앱의 대안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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